- [성경본문] 에스더4:1-17 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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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르드개가 이 모든 일을 알고 자기의 옷을 찢고 굵은 베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성중에 나가서 대성 통곡하며
2. 대궐 문 앞까지 이르렀으니 굵은 베 옷을 입은 자는 대궐 문에 들어가지 못함이라
3. 왕의 명령과 조서가 각 지방에 이르매 유다인이 크게 애통하여 금식하며 울며 부르짖고 굵은 베 옷을 입고 재에 누운 자가 무수하더라
4. 에스더의 시녀와 내시가 나아와 전하니 왕후가 매우 근심하여 입을 의복을 모르드개에게 보내어 그 굵은 베 옷을 벗기고자 하나 모르드개가 받지 아니하는지라
5. 에스더가 왕의 어명으로 자기에게 가까이 있는 내시 하닥을 불러 명령하여 모르드개에게 가서 이것이 무슨 일이며 무엇 때문인가 알아보라 하매
6. 하닥이 대궐 문 앞 성 중 광장에 있는 모르드개에게 이르니
7. 모르드개가 자기가 당한 모든 일과 하만이 유다인을 멸하려고 왕의 금고에 바치기로 한 은의 정확한 액수를 하닥에게 말하고
8. 또 유다인을 진멸하라고 수산 궁에서 내린 조서 초본을 하닥에게 주어 에스더에게 보여 알게 하고 또 그에게 부탁하여 왕에게 나아가서 그 앞에서 자기 민족을 위하여 간절히 구하라 하니
9. 하닥이 돌아와 모르드개의 말을 에스더에게 알리매
10. 에스더가 하닥에게 이르되 너는 모르드개에게 전하기를
11. 왕의 신하들과 왕의 각 지방 백성이 다 알거니와 남녀를 막론하고 부름을 받지 아니하고 안뜰에 들어가서 왕에게 나가면 오직 죽이는 법이요 왕이 그 자에게 금 규를 내밀어야 살 것이라 이제 내가 부름을 입어 왕에게 나가지 못한 지가 이미 삼십 일이라 하라 하니라
12. 그가 에스더의 말을 모르드개에게 전하매
13. 모르드개가 그를 시켜 에스더에게 회답하되 너는 왕궁에 있으니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목숨을 건지리라 생각하지 말라
14.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하니
15. 에스더가 모르드개에게 회답하여 이르되
16.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 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와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 하니라
17. 모르드개가 가서 에스더가 명령한 대로 다 행하니라
제공: 대한성서공회
에4:1-17, 에스더의 나라사랑
오늘 본문 말씀의 역사적 배경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 이후에 나라가 둘로 갈라졌습니다. 북쪽 이스라엘은 앗수르 나라에 의해서 멸망하게 되었고, 한참 후에 남쪽 유다도 바벨론 나라에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남쪽 유다 사람들은 바벨론에서 70년 동안이나 고생과 고통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포로생활 중에 바벨론과 페르시아가 전쟁을 하게 되고 페르시아가 승리함으로 바벨론의 속국들은 자동적으로 페르시아의 속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바벨론으로 끌려간 유다도 페르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가운데 유다 백성들이 3차에 걸쳐 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에게 감동감화를 주셔서 이루어진 사건이었습니다.
1,2차 귀환이 이루어진 그 시즘에 생긴 사건이 본문의 말씀입니다. 1,2차 포로 귀환 때 본국으로 돌아온 사람도 많았으나 돌아오지 않고 포로 되었던 땅에 그대로 남아 있는 유대인들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모르드개와 에스더 같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을 해방시켜 준 바사 왕 다리오의 아들인 아하수에로(주전 485-464년)는 나라를 동쪽 인도로부터 서쪽 에티오피아까지 127도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통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도인 수산성에서 큰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이때 아하수에로 왕의 아내 와스디가 그 잔치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하였다고 왕후의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 후에 왕후로 발탁된 사람이 유대인이었던 에스더 입니다. 미인이었던 에스더는 일찍 부모를 잃었기 때문에 사촌 되는 모르드개가 딸처럼 키웠습니다. 왕후가 될 때에도 국적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은 에스더가 유대인인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하수에로 왕의 총애를 받던 하만이란 자가 있었습니다. 총리대신과 같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하만이 궁궐을 드나들 때, 다른 사람들은 전부 하만 앞에 엎드려 절을 하는데, 유독 한 사람은 하만 앞에서 일어나지도, 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바로 왕후 에스더의 사촌 모르드개였습니다. 하만은 모르드개에 대하여 몹시 분노했습니다. 모르드개의 뒷조사를 해보았더니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만은 모르드개 뿐 아니라 유대인을 모조리 죽일 계획을 가지고 왕의 재가를 얻었습니다. 이유인즉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않은 한 민족이 있는데, 이들은 왕에게 무익한 민족이라고 하였습니다. “왕이 옳게 여기시거든 조서를 내려 그들을 진멸하소서 내가 은 일만 달란트를 왕의 일을 맡은 자의 손에 맡겨 왕의 금고에 드리리이다.”(에 3:9)라고 말했습니다. 왕은 하만에게 ‘네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라’(3:11)고 허락했습니다. 그리하여 하만은 그들의 달력으로 12월 13일을 정하여, 바사제국 내의 모든 마을에서 유대인들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잡아 죽이고, 모든 재산을 빼앗도록 공문을 보냈습니다. 하만이라는 작자는 자기에게 인사하지 않는 사람이 유다인이라는 그 한 가지 이유로, 그가 속한 전 유다인을 한 날에 다 죽이기로 계획을 세우고, 왕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사람입니다.
이 사실은 안 유대인들은 자기들의 옷을 찢고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크게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유대인 모르드개도 왕궁 대궐 문 앞에서 자기 옷을 찢고 굵은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울었습니다. 왕궁에 있던 왕후 에스더는 내시를 통해서 모르드개가 굵은 베옷을 입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새 옷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거절했습니다. 에스더는 내시를 시켜 무슨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게 하였습니다. 이유인즉 하만이 유대인을 멸하려고 계획을 세웠으며, 왕의 재가를 받아 이미 공문이 전국에 하달되었다는 것과, 하달 된 조서의 초본을 에스더에게 보내면서, 왕에게 나가서 자기 민족을 위하여 간절히 구할 것을 전했습니다.
비록 사로잡혀온 자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왕의 총애를 입어 궁궐에 들어간 에스더였기에,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마른 날의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것입니다. 단순히 사촌 모르드개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유다 민족 전체가 한 날에 다 죽게 생긴 큰 문제였습니다. 이 민족이 큰 위기 속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옛날 라틴 역본에는 에스더가 모르드개로부터의 편지를 받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이런 구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에스더가 모르드개의 편지를 읽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옷을 찢고 비통에 잠긴 큰 소리로 소리치고, 대성통곡 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후 그녀의 육체는 허약해졌다.” 믿을만한 글은 못되지만, 그 당시 에스더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글이라고 봅니다.
에스더는 자기 민족이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 속에 빠졌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자기의 처지를 모르드개에게 사람을 보내서 이렇게 합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왕의 부름을 받지 아니하고 왕에게 나아가면 죽이는 법인데, 내가 왕에게 나가지 못한지가 30일이라’고 했습니다(10-11). 당시 페르시아의 왕에게는 끊임없는 권력다툼과 암살 계획들이 많았기 때문에, 왕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왕에게 나오면 왕의 근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입니다. 이런 법은 왕비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에스더의 이같은 진술은, 8절에 나오는 모르드개의 ‘왕에게 나아가서 그 앞에서 자기 민족을 위하여 간절히 구하라’는 말에 대한 대답입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보고 네가 왕에게 나아가서 우리 민족이 이렇게 위기에 처하였으니, 간절히 간청하여 구해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모르드개나 에스더가 유다인이라는 것을 왕은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숨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르드개는 자초지정 다 이야기하고 우리가 이런 위험 가운데 있으니 왕에게 이 민족을 구원해 달라고 간청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왕후 에스더가 내가 왕의 부름을 받지 못한지가 1달이나 되었다고 말한 것입니다. 에스더의 이 대답은 지금으로서는 뽀족한 수가 없다는 대답인 것입니다.
이같은 대답이 모르드개에게 전달이 되자, 모르드개는 즉시로 에스더에게 회답을 보냅니다. “13 ...너는 왕궁에 있으니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목숨을 건지리라 생각하지 말라 14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
모르드개의 이 말은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에스더에게 너는 왕비라고 혼자 목숨을 건질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다른 유다인들은 다 한 날에 죽을 수 있지만 그러나 에스더는 왕비이기 때문에 그것도 왕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니까 비록 유다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르드개가 다른 유다인들은 다 죽더라도 너 혼자만 살아남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네가 왕에게 나아가서 이 민족의 위기 상황을 말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이 민족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여기 모르드개가 말하는 ‘다른 데로’는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여기에 대한 해석은 크게 세 가지로 할 수 있겠습니다.
1)다른 데로 말미암아는 ‘하나님’을 말한다는 주장입니다. 비록 에스더에서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다 백성들 뒤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 뿐만아니라 전 세계의 왕들과 나라를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네가 나서지 않으면 하나님이 나서서,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고 해석을 합니다.
2)‘또 다른 인간의 대행자’를 말한다는 주장입니다. 모르드개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에스더 대신에 다른 인간 대행자를 세워서, 이 민족을 구원하실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3)한글개역개정판에서 이 문장이 평서문으로 기록되었지만, 히브리어 구문론에서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번역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만약 이 문장을 의문문으로 번역하면 ‘이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겠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그렇게 되면 너와 네 아비 집 역시 멸망하게 되리라.’ 만약 이렇게 번역하면, 에스더 너 밖에 이 민족을 구원할 길이 없다는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건전한 신학자들은 이 3가지 해석 다 가능하다고 하면서, 결국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은 당신의 택한 백성들을 결코 버리지 않으시고, 반드시 보호하실 것이다’라는 메시지입니다.
다시 14절 말씀으로 돌아가서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한 말을 살펴보겠습니다.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강한 확신을 갖게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르드개는 ‘네가 왕후의 위를 얻은 것은 당연히 이 때를 위함이다’라고 강하게 도전한 것입니다. 민족의 위기 앞에 머뭇거리고 있는 에스더를 향하여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영예와 권세와 부는, 동족들을 위하여 주어진 것임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지금의 위기에 적극 대처해 줄 것을 말한 것입니다.
이처럼 모르드개가 몇 가지 사항을 가지고 에스더에게 회신을 했을 때에, 에스더가 모르드개에게 회답을 했습니다. “16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 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와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 하니라.” 이 말씀은 우리가 잘 아는 말씀이고, 언제 읽어도 은혜가 되는 말씀입니다.
모르드개에게 보낸 에스더의 이 전갈 속에서, 우리는 에스더의 민족을 위한 결의와 각오를 보게 됩니다. 그녀가 나라와 민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엿보게 되는 말씀입니다. 에스더는 먼저 모르드개에게 자기를 위하여 수산에 있는 모든 유다인들을 모으고, 나를 위하여 3일간 금식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일반 노동자들이 3일간 온전히 금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포로지에 끌려간 포로들이 삼일을 금식하며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에스더는 쉽지 않은 일을 부탁하였습니다. 그만큼 이 일이 위험하고 중요한 일이며, 아울러 지금의 상황이 민족의 위기라는 사실을 안 것입니다.
그리고 나도 나의 시녀들과 왕궁에서 3일간 금식하고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갈 것인데, 죽으면 죽으리라고 했습니다. 당시의 왕비는 온전히 왕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자였기 때문에, 언제 불러도 생기발랄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3일간 금식했다가 초췌한 모습으로 나가면 되겠습니까? 오히려 초췌한 모습을 보면 왕이 금홀을 내밀지 않을 가능성이 더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왕후는 자기의 시녀들과 더불어 금식하고, 호위병들이 죽이면 죽겠다는 일사각오로 왕에게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에스더는 더 이상 자기만 살거나 자기 가족들만 살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습니다. 자기 민족을 위하여 일하다 죽으면 죽겠다는 것입니다.
왕후가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머뭇거리며 안일한 생각으로 있었고, 수동적으로 망설이고 있다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죽으면 죽겠다는 각오로 나선 것입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라는 말은, 창세기 43장에 나오는 야곱의 말을 상기시켜 주는 말입니다.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어서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을 때, 야곱이 가족들과 후손들을 살리기 위하여, 자기의 말째 아들 베냐민을 애굽으로 보내면서,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창 43:14)라고 합니다. 야곱은 자기 민족을 흉년의 위기 가운데서 구하기 위하여, 자식을 잃게 되면 잃겠다는 심정으로 베냐민을 애굽으로 보낸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의 베냐민 지파의 한 여인 에스더도, 이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민족을 위기 속에서 구해보겠다고 죽으면 죽으리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하기 전에 기도를 부탁하고, 자기도 금식기도한 후에 이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민족의 위기가 풍전등화와 같지만, 그녀는 기도를 먼저 합니다. 그것도 금식기도 합니다. 많은 믿음의 동지들과 한마음 한 뜻으로 금식하며 기도합니다.
이들이 누구에게 기도하고 무슨 내용으로 기도하는지는 성경에 명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알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유대인들의 기도의 대상은 유일하신 하나님 여호와였으므로, 당연히 하나님께만 금식하며 기도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1-3절에 나오는 것처럼 모르드개를 비롯한 유다인들이 ‘옷을 찢고 굵은 베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성중에 나가서 대성통곡하는 모습’과, 8절의 ‘자기 민족을 위하여 간절히 구하라’는 말씀과, 14절의 ‘유다인의 놓임과 구원’을 말하고 있는 것을 볼 때에, 이 기도의 내용은 멸절 위기 속에 있는 우리 민족, 유다를 구원해 달라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이제 왕후 에스더의 명령에 따라 모든 유다인들은 3일간 식음을 전패하며 하나님께 기도를 합니다. 옷을 찢으며(극도의 슬픔과 분노를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 굵은 베 옷을 입고(자신의 비참한 고통을 드러내는 행위), 재를 뒤집어쓰거나 재에 눕거나(자신의 비참한 심경을 표현하는 것) 대성통곡하며, 이 민족을 하만의 간계에서, 하만의 칼날에서 구원해 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왕후 에스더는 비록 왕비로서 옷을 찢거나 재를 뒤집어쓰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그녀도 다른 유다인들과 같은 마음과 태도로 간절히 기도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6월은 현충일이 있고 6.25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였고 우리교회에서는 기독교인의 애국의 달로 정하였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기독교인들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해야 합니다.
애국 운동 중의 하나인 3.1 운동은 세계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의 집단적 저항 운동이었습니다. 민족대표 33인이 한 음식점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나서, 전국에서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것입니다. 이 운동을 하다가 일본 사람들의 총칼에 피살된 사람이 무려 630명이었다고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에 맞서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독립을 외쳤던 사람들이 이처럼 많이 피를 흘렸던 것입니다.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고 또 그중의 11명이 목사였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투옥이 되고 고문을 당하다 죽고 맙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유관순 누나는, 당시 이화학당을 다녔는데, 을사조약 이후 오후 3시만 되면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중단하고 조국 독립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있었는데, 유관순도 회원으로서 그곳에 참여하여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아우내 장터에서 3천여 명의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누어주며 시위를 주도하던 중 일본 헌병대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같은 곳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헌병대의 총에 맞아 피살되었습니다. 공주 검사국에서 재판을 받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너희들은 우리 땅에 와서 우리 동포들을 수없이 죽이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였으니 죄를 지은 자는 바로 너희들이다. 우리들은 너희들에게 형벌을 줄 권리는 있어도 너희들은 우리를 재판할 그 어떤 권리도 명분도 없다.” 결국 그녀는 3년형을 선고받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을 받던 중 방광파열로 옥사하고 말았습니다. 19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인생을 마무리 했지만, 어린 나이에 신앙인으로서 나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 이후로 계속하여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국내에서 국외에서 이런 저런 모습으로 조국의 해방을 위해 애쓰고 희생하신 분들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나라가 해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과 감격도 잠시 뿐, 북한의 김일성이가 남쪽을 침략하는 6.25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 민족의 위기 때에도 나라를 위하여 자기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민족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어느 통계에 보니까 아군의 사상자만 250만 명, 민간인 350만 명, 이재민 370만 명, 공산당에 의해 납치 학살된 자 20만 명, 전쟁고아 10만 여명, 이산가족이 1000만 명이었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연합국 16개국은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이 땅에서 죽고 부상을 당했는데, 그 수가 15만 여명이나 되고 이 중에 전사자만 3만 8000여 명이랍니다. 그때 미국의 벤 프리트 장군의 아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 클라크 UN 총사령관의 아들도 전사자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특히 워커 중장은 아들과 함께 참전했다가 부자가 전사하기도 했습니다. 저 외국 사람들(16개국 연합군)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들이 우리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이렇게 희생을 당한 것입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많은 성도들이 민족의 위기 때에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하였습니다. 에스더와 모르드개를 비롯한 전 유다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라를 사랑했던 성도들도 대한민국이 여러 가지 위기를 만났을 때,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금식하며 구국기도를 했던 것입니다.
일제의 탄압과 신사참배를 강요했을 때도 신앙을 지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기도했고, 6.25 전쟁 때에도 나라의 운명을 하나님께 맡기며 교회는 기도했고, 특히 아군이 밀려서 부산과 영남 일대의 작은 부분만 남았을 때도, 교회는 폐허가 된 곳에 모여서 이 민족을 구해 달라고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하였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나운몽 장로가 세웠던 한국 최초의 기도원인 ‘용문산 기도원’ 꼭데기에 올라가면 구국제단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65일 나라를 위한 릴레이 기도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멋모르고 그곳에 갔다가 나라를 위하여 2-3시간 감당하고 온 적이 있습니다. 신학교를 다닐 때에는 금요일 저녁마다 삼각산에 올라가서 철야기도를 하는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서울과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기도했습니다. 삼각산 산 전체, 골짜기 마다, 나무 밑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1년 내내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전국의 기도원마다 나라를 위하여 기도했고, 특히 1980년대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이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투쟁할 때, 교회는 골방에서 이 나라와 민족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울며 금식하며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한 중에,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니라”(딤전 2:1-2).
에스더는 자기 민족이 멸절위기에 처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하였으나, 모르드개의 말을 듣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왕의 부름을 받지는 않았지만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왕에게 나아가서 탄원을 하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렇게 하기 전에 그녀는 모르드개와 모든 유다인들에게 금식기도를 부탁하였고, 자기도 시녀들과 함께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온 민족이 옷을 찢으며 대성통곡하며 하나님께 3일 금식 기도하였을 때, 하나님이 그 기도를 들으사, 왕의 마음을 감동시키시고, 에스더의 간청을 들은 아하수에로 왕은(에 7), 유다인들을 죽이겠다고 계획을 세운 하만을 처형 하고(에7:9-10), 왕은 새로운 조서를 작성하여 전국에 보냄으로 유다인들을 살려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망교회 식구들은 에스더처럼 애국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라 없이 교회도 없고, 나라 없이 가정도 없고 나도 없습니다. 이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군사, 교육, 종교 전반적으로 안정권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는 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되고, 또한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는 성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자기 동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라’(롬 9:3)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기독교인들이 대부분 다 나라를 그렇게 사랑했던 것처럼, 우리도 대한민국을 그처럼 사랑하여 위기 때는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하고, 항상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기도를 쉬지 않는 자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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